https://blog.naver.com/mate3416/222052911917< 책방 하고싶은 면서기 > 나의 아버지는 태평양과 대서양과 인도양에서 한 세월을 보낸 선장이었다. 내가 어렸던 시절, 그는 1년 반, 2년씩 배를 탔다. 김포공항 귀국장에서 아주 커다란 가방을 끌고 나온 그에게 쭈뼛거리며 “안녕하세요.” 인사했던 장면을 기억한다. “많이 컸구나.” 그 역시 어색하게 답했다. 내가 더 자란 후에 아버지는 근해에서 배를 타 일주일에 한 번씩 집으로 돌아왔다. 배를 타지 않은 기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내게 늘 낯선 사람이었다. 매일 만나는 요즘도 가끔 그렇게 느껴지니 이것 참 질긴 거리감이다. 많은 시간을 떨어져 지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그가 다른 세상을 살아본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엄혹하게 짙은 밤하늘과 때가 되면 자비를 거두어 광폭을 내놓는 바다에 압도당해본 사람, 광활한 시계視界의 한 중앙에서 지금 있는 곳과 앞으로 향할 곳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는 사람, 인간의 말을 앗아갈 만큼 크고 깊은 세상을 살다 온 사람. 그러니까 결국, 내가 결코 짐작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삶을 몸으로 살아본 사람. 그는 내게 영원히 동경과 낯섦일 것이다. 아직 작은 내 몸보다 컸던 그의 가방에는 낯선 세상의 파편들이 담겨있었다. 야자수와 만년설의 사진엽서에 아직 배어있던 이국의 향과 열대과일 젤리, 바나나칩, 초콜릿의 달콤함 같은 것들을 가득 담고 돌아와 바다 아닌 땅에 선 그를 흘깃거리는 며칠을 보내고 나서야 안녕하시냐는 쭈뼛거림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가끔씩 그는 바다를 들려주었다. 땅의 사람들은 아마도 영영 살아보지 못할 이야기들이었다. 고래 이야기를 기억한다. 포경선이라는 배가 있다는 것, 그 배에 탄 사람들은 고래를 잡기 위해 망망한 대해를 항해한다는 것을 어느 어미 고래의 죽음으로부터 알게 되었다. 작살을 맞은 어미가 죽어가면서 한 것은 높은 울음을 우는 것과 바다 가득 젖을 짜둔 것이었다. 혼자가 될 새끼에게 남길 수 있는 전부를 두고 죽기 위한 어미의 사력을 한없이 짙은 푸른빛의 바다와 한없이 유약한 우윳빛의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린 시절의 나는 그것에 대해 여러 번 생각했던 것 같다. 『모비 딕』의 이미지를 오랫동안 품어왔다. 거대한 대양大洋과 향유고래 ‘모비 딕’의 강렬한 존재감, 모비 딕에게 다리를 잃은 에이해브 선장의 광적인 집착. 그 기괴한 소설을 읽기는 해야겠는데 굳이 지금은 아닌 것 같아서―유쾌한 책이 이렇게나 많고, 시급한 이야기들이 줄을 섰으니까. 아무래도 두께도 좀…―책을 사두고도 한참을 꽂아두었다. “어떤 책이야?” 서가를 기웃거리던 남편이 궁금해하던 날 저녁, 다급한 마음에 먼지를 털어내고 첫 장을 펼쳤다. 책도 사람과 똑같다. 제3자가 등장하면 다급함과 소유욕이 솟구치는 법. 700여 쪽에 달하는 분량에 기가 죽고, 19세기라는 시간적 거리감에 위축되지 않을 수 없지만 어느 여름의 늦은 밤, 『모비 딕』을 읽기 시작했다. 그려진 것일 뿐인데도 흰 고래 모비 딕의 검은 눈을 보는 것이 어쩐지 꺼림칙하다. 작가정신에서 펴낸 『모비 딕』을 읽는 내내 그 표지 때문에 불편했다. 잠들기 전 꺼내들 때는 검은 눈과 마주칠까 겁이나 서둘러 책을 펼쳤다. 여전히 편치 않지만 독서후담을 쓰는 지금, 책 표지를 정면으로 세워 앞에 두고 있다. 무엇을 쓰려는가, 단단한 시선으로 던지는 질문을 온몸으로 받으며 한 줄 한 줄 쉽지 않게 글을 이어간다. 책을 읽기 전 막연히 가졌던 기피와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무엇이 선명해졌다거나 해소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전에 없던 추가 더해진 것 같아 무겁다. 그럼에도 검은 눈이 던지는 물음이 나를 향하도록 세워두었다. 내 안에서 무엇이 달라진 걸까. 책을 읽은 지 며칠이 지나도록 대단할 것 없는 독서후담 한 편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잘 되지가 않는다. 밤사이 열심히 항해했건만 짙은 안개에 둘러싸여 지금의 좌표를 찾지 못해 당황한 선원 같다. 막연한 선원이여, 너의 항해일지를 끝까지 이어가기를, 그렇게 너의 용기를 완성하기를. 막막한 독자여, 무력한 서평을 포기하지 않기를, 당최 모르겠을 끼적임이라도 끝까지 써내기를. 간단히 끝낼 수도 있다. - 향유고래 ‘모비 딕’에게 다리를 잃은 에이해브 선장이 다시 배에 올라 집요한 복수의 항해를 하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잔혹함, 무력함, 집착, 파멸 따위에 대한 이야기죠. 우리 인간은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정말 엉망진창입니다. 비효율적이고 나약한 주제에 무모하긴 또 얼마나… 대체 어떻게 이해를 해줘야 하는 건지 답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말이죠. 이렇게 한 호흡으로 독서후담을 끝내고 싶은 유혹과 이 미묘하고 껄끄러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엇의 느낌을 기어이 들추어내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며칠째 어려운 중이다. 다시 꺼내 읽어볼 언제가를 떠올려볼 필요도 없이 꾸역꾸역 적어가는 지금도 이 글이 부끄럽다. 이럴 땐 ‘단순, 심플하게’ 정리해 보는 것이 방법이다. - 고래의 눈이 왜 불편했을까? 여러 짐작을 해보았지만 그 눈을 어려워했던 (실은 조금 무서워했던) 것은 아무래도 수치심 때문인 것 같다. 허먼 멜빌이 비꼬았던 인물과 시대의 부정적 면면이 혹시 인간의 디폴트값은 아닌지 검은 눈이 침묵으로 물었고, 내가 낼 수 있는 대답이라고는 ‘묻지 마’ 뿐이었으니 나의 쫄보성을 조금은 긍휼히 여겨달라. - 불편한데 끝까지 읽은 이유는 혹시 아닐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 좀 더 훌륭한 항목의 디폴트값에 대한 집착? 소설의 분위기에 전염되어 나도 모르게 갖게 된 공포에 대한 두려움과 갈망의 양가적 심리? 문학에 대한 고상한 심미안? 네 번째 것은 빼자. 아직은 아닌 것 같다. - 아직 불편하다면서 검은 눈을 정면에 세워둔 이유는 다짐을 다지는 의식이랄까. 이 고전에서 명쾌한 답을 캐내지는 못했지만 암시 가득한 소설에서 그건 어쩌면 영영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니 일단은 에이해브의 독백 하나를 포획하자. 이것으로 위태로운 디폴트의 인간을 장악하는 무엇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자. 그것에 떠밀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어보자. “이건 뭐지? 형언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고, 이 세상의 것 같지도 않은 불가사의한 이것은 도대체 뭐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기만적인 주인, 잔인하고 무자비한 황제가 나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사랑과 갈망을 등지도록 강요하는구나. 그래서 나는 줄곧 나 자신을 떠밀고 강요하고 밀어붙인다.” 만족스럽지 않은 독서후담을 유쾌하지도 명쾌하지도 않게, 여운이나 정념을 심어둔 것도 아닌 채 마무리 짓는 것만큼 찝찝한 것이 없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이만큼까지가 딱, 지금 『모비 딕』에 대한 나의 독서후담인 것을. 하… 마뜩잖다.
서두에서부터 ‘고래’에 대한 ‘어원’ 탐구와 문헌 ‘발췌록’이 등장하고, 작가의 체험과 도서관에서 조사하고 연구한 고래와 포경에 대한 갖가지 지식이 총망라된 이 독특한 소설은 출간 당시에는 어렵고 낯설다는 이유로 외면당했지만 작가가 죽고 30여 년 후에 재평가되기 시작했고 오늘날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걸작이 되었다.
집착과 광기에 사로잡힌 한 인간의 투쟁과 파멸을 그린 전율적인 모험소설이자 최고의 해양문학, 미스터리와 공포가 충만한 미국식 고딕소설이자 뛰어난 상징주의 문학 또는 자연주의 문학. 이처럼 다양한 각도로 해석되고 평가되는 모비 딕 은 고래와 포경업에 관해 인류가 탐색하고 축적해온 지식들, 우주와 인간에 대한 철학적 명상들로 가득하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하늘, 거친 파도와 폭풍, 그리고 다시 잔잔한 바다와 하늘. 대양에서 펼쳐지는 에이해브와 모비 딕의 대결은 자연의 의지에, 우주의 힘에 대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그때 그 바다는 우주의 섭리를, 삶의 비극을 가르치는 장이 된다. 부정적이고 우울한 세계관에 영혼이 마비되어버린 에이해브의 비극을 통해 우리는 인간 영혼의 다의적인 패배와 승리, 파괴의 충동, 선과 악의 갈등,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어원
발췌록
제1장 어렴풋이 보이는 것들
제2장 여행가방
제3장 물보라 여인숙
제4장 이불
제5장 아침식사
제6장 거리
제7장 예배당
제8장 설교단
제9장 설교
제10장 진정한 친구
제11장 잠옷
제12장 간추린 생애
제13장 외바퀴 손수레
제14장 낸터컷
제15장 차우더
제16장 배
제17장 라마단
제18장 퀴퀘그의 표시
제19장 예언자
제20장 출항 준비
제21장 승선
제22장 메리 크리스마스
제23장 바람이 불어가는 쪽 해안
제24장 변호
제25장 덧붙임
제26장 기사와 종자들
제27장 기사와 종자들(계속)
제28장 에이해브 선장
제29장 에이해브 등장, 이어서 스터브 등장
제30장 파이프
제31장 매브 여왕
제32장 고래학
제33장 작살잡이장
제34장 선실의 식탁
제35장 돛대 꼭대기
제36장 뒷갑판
제37장 저물녘
제38장 황혼
제39장 첫 번째 야간 당직
제40장 한밤중, 앞갑판
제41장 모비 딕
제42장 고래의 흰색
제43장 귀를 기울여라!
제44장 해도
제45장 선서 진술서
제46장 추측
제47장 거적 짜기
제48장 첫 번째 추적
제49장 하이에나
제50장 에이해브의 보트와 그의 선원들·페달라
제51장 유령의 물줄기
제52장 ‘알바트로스’호
제53장 사교 방문
제54장 ‘타운호’호 이야기
제55장 터무니없는 고래 그림들 332
제56장 가장 오류가 적은 고래 그림과 정확한 고래잡이 장면 그림들
제57장 그림·이빨·나무·철판·돌?산·별 등에 나타난 고래들
제58장 보리새우
제59장 오징어
제60장 포경 밧줄
제61장 스터브, 고래를 죽이다
제62장 작살 던지기
제63장 W형 작살받이
제64장 스터브의 저녁식사
제65장 고래고기 요리
제66장 상어 학살
제67장 고래 해체
제68장 담요
제69장 장례식
제70장 스핑크스
제71장 ‘제로보암’호의 이야기
제72장 원숭이 밧줄
제73장 스터브와 플래스크가 참고래를 잡은 뒤 이야기를 나누다
제74장 향유고래의 머리―비교 연구
제75장 참고래의 머리―비교 연구
제76장 파성추
제77장 하이델베르크의 큰 술통
제78장 기름통과 들통
제79장 대초원
제80장 머리
제81장 ‘피쿼드’호가 ‘융프라우’호를 만나다
제82장 포경업의 명예와 영광
제83장 역사적으로 고찰한 요나
제84장 창 던지기
제85장 분수
제86장 꼬리
제87장 무적함대
제88장 학교와 교장
제89장 잡힌 고래와 놓친 고래
제90장 머리냐 꼬리냐
제91장 ‘피쿼드’호가 ‘로즈버드’호를 만나다
제92장 용연향
제93장 버림받은 표류자
제94장 손으로 쥐어짜기
제95장 사제복
제96장 기름통
제97장 등불
제98장 쌓기와 청소
제99장 스페인 금화
제100장 다리와 팔―낸터컷의 ‘피쿼드’호와 런던의 ‘새뮤얼 엔더비’호가 만나다
제101장 술병
제102장 아르사시드 군도의 나무 그늘
제103장 고래 뼈대의 치수
제104장 화석 고래
제105장 고래는 작아지는가? 소멸할 것인가?
제106장 에이해브의 다리
제107장 목수
제108장 에이해브와 목수
제109장 선장실의 에이해브와 스타벅
제110장 관 속의 퀴퀘그
제111장 태평양
제112장 대장장이
제113장 대장간의 화덕
제114장 도금장이
제115장 ‘피쿼드’호가 ‘배칠러’호를 만나다
제116장 죽어가는 고래
제117장 고래 감시
제118장 사분의
제119장 세 개의 양초
제120장 초저녁 당직이 끝날 무렵의 갑판
제121장 한밤중 앞갑판의 뱃전
제122장 한밤중의 돛대 꼭대기―천둥과 번개
제123장 머스킷총
제124장 나침반 바늘
제125장 측정기와 측심줄
제126장 구명부표
제127장 갑판
제128장 ‘피쿼드’호가 ‘레이첼’호를 만나다
제129장 선실
제130장 모자
제131장 ‘피쿼드’호가 ‘딜라이트’호를 만나다
제132장 교향곡
제133장 추적―첫째 날
제134장 추적―둘째 날
제135장 추적―셋째 날
제135장 에필로그
옮긴이의 주
옮긴이의 덧붙임
가짜 블로거
쎄인트의 冊이야기 2017-085 아름다운 청소년-14 【 가짜 블로거 】 _아나 알론소, 하비에르 펠레그린 공저/김정하 역 | 별숲 때로는 현재의 내가 아닌 ‘다른 나’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훌리아로 변신한 그날은 다른 금요일과 똑같이 시작되었다. 다른 모든 금요일처럼 그렇게 지긋지긋한 금요일이었다.” 모든 이들이 좋아할만한 금요일인데, 지긋지긋한 금욜이라니... 소설의 주인공 에바는 고등학생이다. 숨 막히는 집안 환경과 딱히 꼬집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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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it! AutoCAD 오토캐드 2016
오토캐드를 10여년 사용했다. 최근까지 오토캐드 2010을 사용했다. 비교적 가볍게 잘 움직이고 클래식 기능으로 사용이 편해서 사용중인데 최근 거래업체로부터 주고받는 파일들이 2016 이상의 버전이 많아서 불편함을 느껴 2016년 버전을 사용하고자 책을 구입했다. 오랜기간 오토캐드를 사용해오다 보니 기본적인 사용법은 익숙한데 새로운 버전의 변경된 기능 및 설정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아서 필요한 부분만 찾아보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기본적인 드로잉 편집 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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