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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 나는 뚱뚱하게 살기로 했다

한국에서 외모와 몸매에 대한 압박 없이 자라온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특히 여성이라면 더욱더 그럴 것이다. 어릴 때부터 중장년이 되어서까지 매 순간 모든 곳 모든 사람이 내 몸에 대해 알게 모르게 평가한다. 가장 가까운 부모님,친척부터도 인사에서 "살 좀 빠졌네" "살 좀 쪘네" 라는 칭찬아닌 칭찬, 비난아닌 비난이 빠지는 날이 없었다. 대학생 시절 나는 49kg가 되기 위해 음식 한입한입에 칼로리를 매기고 어플에 기록하고, 샐러드를 먹고 운동하고 신경은 날카로워지고... 이 모든게 민소매 원피스를 한번 입어보겠다고 한 일이다. 그래서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나는 행복해졌을까? 아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신경질나고 사소한 일에도 분노하고... 지금은 그 강박에서 벗어나 앞자리는 6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마음을 편하게 먹고 내려놓으니 나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책 속에서내가 뚱뚱하다는 단어를 쉴 새 없이 써대는 이유를 알려주겠다. ‘뚱뚱하다’는 태생부터 부정적인 단어가 아니다. 원래는 크기를 형용하는 형용사일 뿐이다. 작가이자 블로거인 마리안 커비가 설명했듯 ‘뚱뚱하다 fat’는 ‘지방’ 조직을 많이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 정확한 개념을 정확한 방식으로 설명하는 단어는 이것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뚱뚱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내 신발이 까만색이라고, 구름이 몽실몽실하다고, 코미디언 밥 사겟이 키가 크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야 한)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객관적 사실을 기술한 거니까. 따라서 ‘뚱뚱하다’에 내포된 부정적 의미는 죄다 이 단어를 둘러싼 사회가 구축한 것이다. 이 단어에 대한 우리의 혐오는 전적으로 학습되었다. _p9인터넷에 악의가 넘쳐나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왜냐고? 지금 미국(그리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일생을 바쳐 헛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체 통화의 개념은 우스꽝스러운 부조리극을 불러왔다. 우리는 모두 자기 몸을 혐오해야 한다고 배웠으며 다른 대안이 있다는 건 꿈에도 생각지 못한다. 그러나 사실, 대안이 있다. 몸 사랑하기는 뚱뚱한 사람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사랑할 권리가 있다. 마른 사람도, 뚱뚱한 사람도, 키 작은 사람도, 키 큰 사람도. 장애가 있든 없든, 몸매와 피부색이 어떻든, 성별과 젠더를 막론하고. 혐오에 찌든 사람도 사랑이 넘치는 사람도 누구나 자신을 사랑할 권리가 있다._p94우리는 상황에 적응하고, 우리 몸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게 소리치는 세상과 싸우고, 여기서 잘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눈을 감고 구두 뒤축을 부딪치면 마법처럼 몸을 사랑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다. 당신의 몸은 상처와 고통의 한가운데에서 장벽에 가로막혀 있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아름답지 않고 못생기고 말쑥하지 못하고 소심하고 연약하며 찌질하고 멍청하고 만족할 가치가 없다고 믿는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만은 그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_p196규칙을 무시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입기 시작하면서 나는 패션이 매우 정치적임을 깨달았다. 자신의 몸을 축소하거나 감추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건 우리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보란 듯 떳떳하게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자신의 몸이 공간을 차지하도록 허용하고, 무엇이든 좋아하는 옷을 입는 것은 혁명적이었다. 크기, 모양, 피부색,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몸이 그러하다. 당신이 스스로를 사랑하면 사람들은 넋이 나가버린다._p275뚱뚱한 여자도 사랑을 한다. 그 대단한 사랑을 뚱뚱한 여자도 한다는 말이다. 불꽃 튀는 사랑, 너의 모든 1인치가 완벽한 사랑, 키스할 수 없다고 생각한 곳까지도 키스할 수 있는 사랑, 평생 뭐든 해줄 수 있는 사랑, 갈망하고 애정이 넘치고 평생 헌신하는 사랑. 뚱뚱한 여자도 이런 사랑을 한다. 어디에서나._p328

목차
추천의 말 - ‘거울 속 나’를 지우는 너에게
저자의 말 - 안녕하세요, 뚱뚱합니다
Chapter 1 몸은 ‘나’를 담는 숭고한 집
Chapter 2 그냥 ‘지금’ 해, 살 뺀 다음 말고
Guest Essay 113kg으로 누리는 삶에 대하여

Chapter 3 도대체 언제부터 네 몸을 미워한 거야 ?
Guest Essay 뚱뚱하고‘ 심지어’ 검은 몸에 대하여

Chapter 4 행복을 새치기한 자, 악플의 무게를 견뎌라
Guest Essay 너 살쪘구나! 라는 말에 대하여

Chapter 5 몸무게에 관한 의사들의 헛소리를 검토해보자
Guest Essay 훌륭한 의사를 고르는 법에 대하여

Chapter 6 마음껏 셀피를 찍어라, 잔뜩 찍어라
Chapter 7 미디어 편식은 케이크보다 위험하다
Guest Essay ‘ 불구’의 사랑에 대하여

Chapter 8 누구나, 이유도 없이 무너지는 날이 있다
Guest Essay ‘우리끼리’ 혐오하는 비극에 대하여

Chapter 9 너무 예뻐져서 못 알아봤다 는 기묘한 칭찬
Guest Essay 가슴 달린 남자다움에 대하여

Chapter 10 소름끼치게 두려워했던 옷을 입어라
Guest Essay 뚱뚱하고 스타일리시한 남자들에 대하여

Chapter 11 계속 그런 척하면 진짜 그렇게 되는 마법
Chapter 12 그 대단한 사랑을, 뚱뚱한 여자도 한다
Guest Essay ‘ 마음이 벌거벗는’ 섹스에 대하여

Chapter 13 그래도 여전히 내 몸이 끔찍한 날에는
역자 후기 세계 최저 비만율을 자랑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