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8권 (1) 썸네일형 리스트형 토지 18권 이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는데 날시는 몹시 추웠고 서울 거리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외투 호주머니 속에 두 손을 찌르고 등을 구부리며 걷고 잇는 행인의 모습도 그러했으나 얼어붙은 길, 엉성하게 늘어선 건물은 살벌했다. 그곳을 양철 단면같이 날카로운 바람이 내리꽃혔다가는 맴돌아 나오곤 한다. 봄은 아직, 아직도 멀기만 한 것 같았다.청량리에서 나온 전차가 멎고 검정색 외투를 입은 명희가 내렸다. 돈암동행 전차를 갈아타기 위해서다. 한동안 전차를 기다리고 있던 명희는 발기을 돌린다. 걷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전차 종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았을 때 그것은 돈암동행이었다. 되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은 거리에 명희는 서 있었다. 무슨 목적이 있어 발길을 돌렸던 것은 아니다. 갈 곳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멍청히 서.. 이전 1 다음